[스물다섯 스물하나] 남자독백 - 백이진 역(남주혁)
  • 작성일2022/04/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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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아 우리? 혼자 생각한 거잖아. 모른척한 게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게 없었을 뿐이야. 나 힘든 거 너한테 옮기기 싫어서. 그게 다냐고?

희도야 내가. 내가 서운하게 했다면 미안한데. 난 나대로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어.

매일매일 사람들은 죽은 채로 실려 나오고.

난 유가족, 생존자, 죽음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났어.

도시는 생지옥이지. 테러는 언제 또 터질지 모르지. 멘탈 나가더라.

넌 보고 싶은데 보러 갈 수도 없고.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보고 싶다는 감정은 사치 같고.

처음 겪는 일 앞에서 솔직히 네 응원 힘에 부쳤어. 힘을 낼 수가 없어서.

그래도 니가 응원해 주니까 그만큼 잘 해내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

징징거리고 싶지 않았어. 아니 어떻게 그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데.

너한테 내 힘든 감정들 옮겨가면서 걱정시키고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면 그렇게 하겠어.

근데 아니잖아. 그냥 한 사람이 힘들 거 두 사람이 다 힘든 거잖아.

그걸 원하는 거야? 어? 내가 널 상대로 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비약하지 마. 나 미국 가기 전까지 우리 아무 문제 없었어.

날 이해해 볼 마음은 아예 없는 거네. 말 함부로 하지 마.

그래. 그만하자 그게 맞겠다. 니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실망했는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어.

너 대신 후회하지 마. 희도야 끝까지 이럴래? 나희도. 나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