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수업 金과장, 발표 울렁증 씻었네" -언론보도-
  • 작성일2016/01/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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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토론 두려운 취준생부터 내성적 직장인까지 연기학원 찾아
“다양한 감정 표현-여러인물 분석… 자신감 얻고 대인관계 좋아졌어요”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연기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연기수업을 듣고 있다. 최근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거나 발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기 수업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연기아카데미 연습실 안에서 개그맨 유재석과 가수 이적이 함께 부른 노래 ‘말하는 대로’가 흘러나왔다. 순간 이정민 씨(23·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이 씨는 한동안 묵묵히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 이어 이 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듯이 바닥에 누워 허공을 쳐다봤다.

노래에 맞춰 나온 이 씨의 행동은 ‘즉흥 연기’의 일부였다. 이 씨를 포함한 네 명의 연기수업 수강생은 선생님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노래’를 하나 골라 직접 몸짓으로 표현해보라고 주문하자 놀란 듯 손사래를 치다가 하나둘 각자의 연기를 펼쳤다.

이날 연기수업을 찾은 네 명의 수강생은 모두 20, 30대의 대학생과 직장인이었다. 이들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 앞에서 말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자 연기학원을 찾았다. 취업준비생인 이 씨는 “타인의 시선을 자주 의식해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자주 떨리곤 했다. 배우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는데 그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종찬 씨(33)는 “평소 별로 활달하지 않은 내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며 “연기를 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기계발을 위해 연기학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발표 울렁증’이 있는 취업준비생부터 내성적인 성격으로 가정 및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40, 50대 직장인들까지 찾는 유형도 다양하다. 이들은 주로 배우를 양성하는 전문학원의 ‘취미반’을 찾거나 연기 강사에게 개인 또는 단체 레슨을 받는다. 이승희 SG아카데미 대표는 “일상적인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에 도움을 받고자 연기를 배우려는 문의가 많다. 매주 10명 내외의 대학생, 직장인들이 연기를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보고 여러 인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8월부터 연기를 배워온 정태양 씨(42)는 “타인과 소통할 때 내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가족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원만해졌다”고 말했다. 김덕은 한국연극치료연구소 연구원은 “일상생활 중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연기 과정에서 표현하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며 “연기가 자신이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보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이 수많은 역할을 도맡아야 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연기수업이 각광을 받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특정 상황에서 쓸 ‘가면’이 없으면 그런 가면을 찾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가진 모습만으로 인정받기 힘들어지니까 부자연스럽더라도 가면까지 찾아 쓰려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기사원문 http://news.donga.com/3/all/20160118/759678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