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5년 만에 연극 ‘황금연못’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이순재(왼쪽)·나문희. 두 사람은 “아직도 무대에 서는 게 떨린다. 젊을 때와는 다른 책임감도 있다”며 “이런 떨림이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평생을 함께한 노부부가 있다. 꿈같은 청춘은 사라지고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는 80세의 은퇴한 대학교수 노만. 까칠한 남편의 독설을 묵묵히 받아주며 그를 지탱해주는 아내 에셀. 연극 '황금연못'은 노만과 외동딸 첼시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다음 달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막을 올리는 ‘황금연못’에는 원로배우 이순재(79)와 나문희(73)가 나온다. MBC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 이후 5년 만에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하이킥’ 출연 이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다 대중적인 배우로 떠올랐다. 이순재는 ‘꽃보다 할배’에 이은 ‘꽃할배 수사대’로, 나문희는 86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여러 러브콜을 접고 연극 무대로 돌아온 이들을 지난 7일 공연장인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만났다.
나문희는 “상대방이 든든하니까 걱정 안 한다”며 “이순재와는 잘 맞는다. 그냥 잘 맞는다. 40대에도 함께 무대에 선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백발의 이순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연못’은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대표작으로 1979년 초연돼 토니상을 수상했다. 캐서린 헵번과 헨리 폰다가 주연한 영화로도 제작돼 8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여우주연·각색상을 휩쓸었다.
극중 아버지 노만은 고집 센 딸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나문희는 “우리 영감이 영어 선생이었다. 딸도 셋 있는데 남편과 딸의 갈등이 깊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대사가 심리적으로 꽤 깊이 들어간다. 젊은이에게도 공감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캐서린 햅번과 비교하진 마시라. 나는 대한민국의 에셀을 하겠다. 한국 엄마들이 안간힘 쓰며 살고 있는 현실을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재는 “노년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판단력을 갖고 있는 성인은 모두가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연극도 필요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주의 연극이다. 연기의 디테일을 조목조목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문을 보니 카드빚 2000만원 때문에 엄마 아빠를 죽였더라. 극단적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부부가 평생 같이 살면서 건강하게 같이 늙어간다는 건 대단히 소중하다. ‘황금연못’을 보면 젊은이들도 ‘결혼생활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들이 다양한 장르를 하면서도 연극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문희는 “연극은 땅에 발이 잘 닿아야한다. 기운과 호흡이 좋아야한다. 힘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처음엔 무대에서 한 발 움직이기도 어렵다. 두 달 정도 훈련하면 되고, 관객과 호흡하다보면 더 많이 된다. 살아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영화나 TV는 카메라와 말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연극은 관객과 호흡한다는 게 너무 감사한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재는 “드라마는 가끔 말도 안 되게 진행돼 난감할 때가 있다. 마땅치 않아도 시청자와의 약속이니 포기 못한다. 연극은 두 달 정도 연습하면 배우들끼리 교감이 되고, 서로 맞춰갈 수 있다. 완성 단계에는 호흡 맞는다. 천재성으로 하는 건 아니고 연습이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가 생을 마지막까지 함께하면서 이뤄낸 사랑이 정말 아름답다. 무슨 명대사가 들어가고 그런 게 아니라, 일상성의 대사지만 그 가운데 사랑이 다 들어가 있다”며 “이 작품은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9월 19∼11월 23일 DFC 대명문화공장. 4만∼6만5000원. 더블캐스팅 신구, 성병숙(1544-1555).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다음 달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막을 올리는 ‘황금연못’에는 원로배우 이순재(79)와 나문희(73)가 나온다. MBC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 이후 5년 만에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하이킥’ 출연 이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다 대중적인 배우로 떠올랐다. 이순재는 ‘꽃보다 할배’에 이은 ‘꽃할배 수사대’로, 나문희는 86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여러 러브콜을 접고 연극 무대로 돌아온 이들을 지난 7일 공연장인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만났다.
나문희는 “상대방이 든든하니까 걱정 안 한다”며 “이순재와는 잘 맞는다. 그냥 잘 맞는다. 40대에도 함께 무대에 선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백발의 이순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연못’은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대표작으로 1979년 초연돼 토니상을 수상했다. 캐서린 헵번과 헨리 폰다가 주연한 영화로도 제작돼 8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여우주연·각색상을 휩쓸었다.
극중 아버지 노만은 고집 센 딸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나문희는 “우리 영감이 영어 선생이었다. 딸도 셋 있는데 남편과 딸의 갈등이 깊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대사가 심리적으로 꽤 깊이 들어간다. 젊은이에게도 공감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캐서린 햅번과 비교하진 마시라. 나는 대한민국의 에셀을 하겠다. 한국 엄마들이 안간힘 쓰며 살고 있는 현실을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재는 “노년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판단력을 갖고 있는 성인은 모두가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연극도 필요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주의 연극이다. 연기의 디테일을 조목조목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문을 보니 카드빚 2000만원 때문에 엄마 아빠를 죽였더라. 극단적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부부가 평생 같이 살면서 건강하게 같이 늙어간다는 건 대단히 소중하다. ‘황금연못’을 보면 젊은이들도 ‘결혼생활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들이 다양한 장르를 하면서도 연극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문희는 “연극은 땅에 발이 잘 닿아야한다. 기운과 호흡이 좋아야한다. 힘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처음엔 무대에서 한 발 움직이기도 어렵다. 두 달 정도 훈련하면 되고, 관객과 호흡하다보면 더 많이 된다. 살아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영화나 TV는 카메라와 말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연극은 관객과 호흡한다는 게 너무 감사한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재는 “드라마는 가끔 말도 안 되게 진행돼 난감할 때가 있다. 마땅치 않아도 시청자와의 약속이니 포기 못한다. 연극은 두 달 정도 연습하면 배우들끼리 교감이 되고, 서로 맞춰갈 수 있다. 완성 단계에는 호흡 맞는다. 천재성으로 하는 건 아니고 연습이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가 생을 마지막까지 함께하면서 이뤄낸 사랑이 정말 아름답다. 무슨 명대사가 들어가고 그런 게 아니라, 일상성의 대사지만 그 가운데 사랑이 다 들어가 있다”며 “이 작품은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9월 19∼11월 23일 DFC 대명문화공장. 4만∼6만5000원. 더블캐스팅 신구, 성병숙(1544-1555).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