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남자 독백
- 작성일2018/09/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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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
당신들 얼굴에 뭐 별난 거라도 있었던 줄 아시오? 염치 없는 사기꾼 상도 있고, 피 보기를 쉬이 여기는 백정의 상도 있고, 글 읽는 선비의 상도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 있소. 그냥 수양의 왕이 될 사람이었단 말이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당신들은 그저 높은 파도를 잠시 탔을 뿐이오. 우린 그저 낮게 쓸려가고 있는 중이었고만 뭐 언젠가 오를 날이 있지 않겠소. 높이 오른 파도가 언젠가 부서지듯이 말이오. 내 처음으로 당신 얼굴을 이리 보오. 묘한 상이오, 천박한 것 같으면서 고귀하고, 헌데 끝이 좋지 않구려, 당신… 목이 잘릴 팔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