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여자독백대사 은교 - 은교
  • 작성일2013/06/15 14:41
  • 조회 1,081
영화여자독백대사 은교 - 은교 시인의 집 / 밤 / 비 (비 내리는 밤. 교복 차림의 은교, 흠뻑 젖은 채 현관문 앞에 선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두들기다가 안쪽의 기척을 살피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 (작은 소리) 할아부지.... 은교에요. (조금 세게 두들기며) 할아부지....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고, 따뜻한 조명의 실내등을 등지고 선 이적요가 보인다. 이적요를 보자 마음이 놓이는 은교, 몸을 한차례 떨고, 키드득 웃는다. 놀라는 이적요를 모른 척 냉큼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신발 속까지 다 젖어 빗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현관 앞에 선 채)할아부지도 참. 젖은 거 안 보이세요? 혼내기부터 하시구. (은교는 입술을 쭉 내밀어 보인다.)할아부지, 수건 좀요. 물이 뚝뚝 떨어져요. (이적요, 욕실에서 수건을 꺼내와 은교에게 건네주고,은교는 이적요의 시선을 피한 채 머리와 물기를 닦아내며 안으로 들어온다.따뜻한 곳에 들어오자 몸이 부르르 떨려오고, 으으으 이 부딪치는 소리)(이적요가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담아 플러그에 꽂고 차를 준비하는 동안,은교는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해맑은 얼굴로 나온다.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면서 거실을 어성어성하는 은교, 부엌 쪽의 이적요를 향해 짐짓 쾌활하게 말을 붙인다.) 동상 걸리는 줄 알았어요. 진짜 여러 번 불렀는데. 문도 안 열어주시구... (약간 머쓱) .... 뭐하고 있었어요, 할아부지? 텔레비전도 좀 보고 하세요. 맨날 책, 책, 재미없게. (머그잔을 쥐며, 꾸벅 인사) 고맙습니다. 아 냄새 좋다. (시선을 회피하고 딴전을 피우다가).... 말하면 할아부지한테 혼날 텐데요. 무슨 말을 해도 저 혼내지 마세요? 할아부지, 저요, ....... 저, 자고 갈게요. 재워주세요. 오늘은 저 집에 못 가요! (빗소리가 거칠게 들린다.이적요는 그제야 은교를 꼼꼼히 살펴본다. 은교는 이적요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인다.젖은 머리가 치렁하니 허공으로 내려와 있다. 젖은 셔츠를 입고 있어 추운지 은교의 볼이 유난히 파리하다.머리로 반쯤 가려진 볼의 아래쪽에 어떤 자국 같은 것이 눈에 띈다.귓불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목덜미 부분도 무엇으로 세게 맞은 것처럼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은교의 고개가 더 아래로 내려간다.) 싫... 어요... (한 차례의 천둥소리. 그에 맞춰 은교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그리고 이어 눈물이 뚝, 바닥으로 떨어진다.) (혼잣말로) 아이, 쪽.... 팔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고)(순간, 정색을 하는 이적요. 은교의 턱을 들어올린다.)아, 아니요... (은교는 황급히 얼굴을 빼내려 하지만, 다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엄... 마요.우리 엄마... 동생들한테는 안 그런데.... 가끔 절 때려요. 제가요, 성질이 나빠서요..... 자꾸 대들거든요. (손등으로 눈가를 씻어내는 은교, 훗, 하고 짐짓 웃는다.) 아이, 쪽팔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나가서 자는 친구 집 있어요. 절친이라 그 집으로 간 줄 알 거예요. 절친한 친구라구요. (침실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연다. 마땅한 것을 못 찾는 이적요. 뒤따라온 은교가 이적요를 밀치며) 제가 찾아볼게요, 할아부지는 나가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