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여자독백 - 이영옥 역 (한지민)
- 작성일2022/05/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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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일주일 봐보니까 이젠 아주 영원히 영희를 봐줄 수 있을 거 같아? 착각하지 마.
내가 이렇게 될까 봐 잘해주지 말랬지. 내가 오죽하면 너 같은 괜찮은 남자랑도 헤어지자 그랬겠어.
오늘 일도 약과야. 선장 니가 본건 아주아주 작은 일이라고.
이보다 더한 일이 얼마나 더 많았는데.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머리 뜯고 싸우고, 테이블 뒤엎고 쫓겨나고.
나도 이해해.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잘 못 봤으니까, 이상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겠지. 근데 왜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길거리에서 흔하게 못 보는지 알아?
나처럼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영희 같은 애를 대부분 시설로 보냈으니까.
한땐 나도 같이 살고 싶었어. 근데 같이 살집 얻으려고 해도 안되고, 일도 할 수 없고.
영희 어쩌면 일반학교에서 계속 공부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었어.
근데 일반학교에선 쟬 거부하고, 특수학교는 멀고, 시내 가까운 덴 특수학교 못 짓게 하고 어쩌라고.
시설에 보내면 보낸 날 모질다고 욕하고, 안 보내면 오늘 같은 일을 밥 먹듯이 당해야 돼.
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영희도 다 알아. 개도 고양이도 감정이 있는데.
영희도 사람들이 자기 이상하게 보는 거 다 안다고.
내가 20년도 훨씬 전에 자길 지하철에 버리려고 했던 것도 다 안다고. 다 기억한다고.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영희는 다 알아. 내가 자기를 얼마나 거부하는지 다 안다고.
그래서 추운대도 저렇게 밖에 있는 거야. 자기가 내 눈앞에서 없어지면 내가 화를 달랠 줄 아니까.
지금 이 소리도 영희는 다 듣고 있다고. 근데 난 모르는척할 거야.
영희는 감정도 없고, 머리도 모자라서 지금 내가 하는 말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을 거야.
그저 밥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그런 애라고 믿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