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사> 버스, 정류장 - 재섭
  • 작성일2011/09/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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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섭 춘향전의 주제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표면적인 주제를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춘향전하면 열녀를 떠올리지. 열녀란 절개가 곧은 여자, 즉 한 남자에 성적으로 복종하는 여자를 말하는 거야. 여학생들이 들으면 어처구니 없을지라도 그걸 지금 따질 필요는 없고. 우리는 시험 문제를 맞추는 게 중요한 거니까. 종이 울린다. 잠자던 학생들도 깨어난다. 가방에 책을 넣기에 바쁘다. 재섭 마저 보자! (목소리를 높이며) 내면적인 주제까지만 말하면 학생들, 웅성댄다. 재섭, 칠판에 동그라미를 과장되고 진하게 그린다. 학생들, 재섭이 칠판만 보며 강의하는 사이에 자리를 일어나 강의실을 나간다. 재섭 내면적인 주제는 춘향의 신분상승 의지야. 기생 주제에 수청을 거부하고 이도령이 장원급제하면 자기가 정실부인이 돼서 신분을 상승해 보겠다는 거지. 모진 억압에도 독하게 춘향이가 버틴 건 지금 많은 여자들이 사짜로 끝나는 남자 하나 잡을라고 발버둥치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아. 드라마를 봐도 그런 게 많이 나오잖아. 재섭, 강의를 멈춘다. 이미 아이들은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없다. 여학생2, 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서서 나가려다 재섭과 마주치고는 멈춰서 말똥한 눈으로 쭈뼛쭈뼛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