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남자독백 - 홍두식 역(김선호)
  • 작성일2021/10/05 15:18
  • 조회 568

아니. 생각이 잘 안 나. 하나도 안 까먹고 기억하고 싶은데 자꾸 희미해져.

할아버지 목소리, 눈빛, 손. 우리 할아버지 손이 엄청 거칠었거든?

젊어서 뱃일하시고 나 부모님 돌아가시고는 기름집 했으니까 뭐 고울 리가 있나.

근데 엄청 크고 따듯했어. 그 손으로 컸지 내가.

빙고. 아주 동네방네 다 들쑤시고 다녔어.

할머니들이 오징어 말리려고 이렇게 널어 놓으면은

그거 몰래 훔쳐먹고 목덜미가 아주 시뻘게진 때까지 밖에서 공이나 차고.

내가 축구 엄청 좋아했거든. 나도 치과만큼이나 좋아했던 신발 있었는데.

파란색 축구화. 아니 지금은 안 해. 그리고 안 봐.

그 축구 때문에 아니 나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심장마비였어.

너무 늦게 발견했고. 내가 월드컵 응원한다고 밖에 놀러 가지만 않았어도.